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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출처] [독서] 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by K-infor 2020. 3. 17.

 

 

[독서] 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말의품격​​​​- 이기주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를 읽은 후, 바로 연달아 읽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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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접 읽고,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티스토리에 옮겼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링크로 보시면 더 깔끔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기주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를 읽은 후, 바로 연달아 읽은 책.

- 나는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지금은 극복했지만, 예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가 약간의 컴플렉스로 여겨지기도 했다. 더욱 더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서, 말에 '품격'을 담기 위해서 선택한 책이다.

- 같은 작가님의 책을 연달아 읽는 것이 독서를 하는데, 하나의 재미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정주행 느낌이랄까?

- 드라마 정주행, 시리즈 영화의 정주행처럼 같은 작가의 글을 연달아서 읽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다.

- <언어의 온도>와 <말의 품격>을 읽은 후에 느낀 점은요즘 내가 사용하는 언어와 말에는 온도가 따뜻하지 않고, 품격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 비교하면 '말'보다는, '글'이 더 따뜻하고, 품격이 있는 편이다.

- 그렇게, 다음 책이 정해졌다. 역시 이기주 작가님의 <글의 품격>.

전자도서관에 있다면, 대출해서 읽어야겠다. 아, 지금 찾아봐야겠다.

그렇다면 말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질문에 나는 여전히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이런 물음을 감당할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의 언어가 그리 단순할 리 없고 시시할 리 없다.

말은 쉽게 분석하거나 함부로 답을 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다만 나는 글을 쓰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마다 인품이 있듯 말에도 언품이 있음을 깨닫는다.

사물은 형체가 굽으면 그림자가 굽고 형제가 곧으면 그림자도 바르다. 말도 매한가지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한자의 구조가 흥미롭다. 입 구가 세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아무리 현란한 어휘와 화술로 말의 외피를 둘러봤자. 소용없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분명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나'를 읽는 것이다. <<말의 품격>>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스스로 자신의 말과 세계관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싸이의 말씨에도 주목할 만하다. 평소 방송을 통해 본 싸이는 겉으로 풍기는 모습과 달리 말이 많은 연예인이 아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말의 총량이 적다. 말에 재치와 나름의 깊이가 있는 데다 언어의 총량이 적으므로 언력 또한 세다.

싸이는 말 속도도 빠르지 않다. 기자회견에서 그의 모습을 보면 말을 뱉어내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것을 알 수 있다. 모음과 자음을 찬찬히 곱씹어서 입 밖으로 꺼내놓는 느낌이다.

또한, 그는 말을 장황하게 열거하지 않는다. 복문보다 단문으로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한마디로, '단단익선(짧으면 짧을수록 좋다)어법'이라고 할 만하다.

싸이의 짧고 간결한 말씨는 좌중의 의표를 칼처럼 찌른다. 언력이 크고 섬세한 말 앞에서, 대중의 감성은 곧잘 베어진다.

반면 어떤 이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싸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마이크만 잡으면 프로 정신을 발휘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려 든다.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는다. 대화의 바깥쪽에서 겉돌며 어정거린다. 온갖 수사와 논리로 유사한 표현을 재탕 삼탕 되풀이 한다. 말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셈이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인지 모른다. 슬픈 일이다. 남을 칭찬할 줄 모르면서 칭찬만 받으려 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면서 존중만 받으려 하고 남을 사랑할 줄 모르면서 사랑만 받으려 하는 건, 얼마나 애처로운 일인가.

"내부족자 기사번 심무주자 기사황".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를 뜯어 보면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줄리아니 시장은 말로만 구조를 독려하지 않았다. "북쪽 길부터!"라는 외침이 방송을 타고 메아리처럼 거리에 퍼지는 순간 줄리아니는 구조대원과 함께 잿더미로 뒤덮인 폐허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졌다.

며칠 후 줄리아니 시장은 희뿌연 콘크리트 먼지를 뒤집어쓴 채 연단에 올랐다. 줄리아니는 잠시 허공을 바라본 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선명했지만 날카롭지 않았고 말의 가락은 높았지만 무게는 가볍지 않았으며 말의 속도는 느렸지만 그리 무디지 않았다.

"뉴욕은 내일도 이 자리에 있을 겁니다. 테러가 우리를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할 것입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줄리아니가 보여준 리더십에 뉴욕 시민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리더의 말은 곧고 매서운 직선인 동시에 부드러운 곡선과 같아야 한다. 때로는 능수능란하게 휘둘러서 도려낼 것을 도려내야 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친친 둘러 감아서 껴안을 대상을 껴안아야 한다.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재난 상황이라면 리더는 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흐트러짐 없는 말로 신속하게 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줄리아니 시장의 언어는 정곡을 찔렀다고 볼 수 있다. 줄리아니의 말은 헛되이 흩날리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말로 상황을 장악했다. 무엇보다 언행이 일치했다. 초등학교 때 배운 미술 기법에 비유하자면 데칼코마니 같았다. 도화지 절반에 물감을 뿌린 뒤 종이를 접으면 반대편 도화지에 똑같은 그림이 묻어나듯, 줄리아니의 말과 행동에는 차이가 없었다.

 

말에 비법은 없다. 평범한 방법만 존재할 뿐이다.

그저 소중한 사람과 나눈 대화를 차분히 복기하고 자신의 말이 그려낸 궤적을 틈틈이 점검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법을 찾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 하나다. 말하는 기술만으로는 당신의 진심을 다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허물을 콕 집어서 가리키는 지적의 말은 자칫 독설로 변질할 수도 있다. 독설은 글자 그대로 혀에서 나오는 독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독도 있지만, 대개 몸과 마음을 망치고 독을 흩뿌린 사람의 혀마저 망친다.

착한 독설, 건설적인 지적을 하려면 나름의 내공이 필요하다. 사안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통찰은 물론이고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말 속에 배어 있어야 한다.

말 자체는 차갑더라도, 말하는 순간 가슴의 온도만큼은 따뜻해져야 한다.